천오백만원도 안 되는 빚이라며 아무도 안 받아줬는데
퇴근길에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아서 은행 앱을 켜놓고 한참을 멍하니 들여다봤습니다. 대부업체에서 날아온 상환 독촉 문자는 매일같이 쌓여가는데, 통장에 남은 잔고는 내일 당장 아이 학용품을 살 돈조차 되지 않았습니다.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근 법률사무소 세 곳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채무 총액이 1,500만원도 안 되는 소액이라 개인회생 진행이 어렵다며, 일자리를 더 구해 스스로 갚으라는 차가운 핀잔만 듣고 문을 나서야 했습니다. 원금보다 무서웠던 건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20% 고금리 이자였는데, 아무도 그 숫자의 무게를 들여다봐주지 않았습니다.JLP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담당자분이 가장 먼저 꺼낸 것은 제 급여 명세서와 월세 이체 내역서였습니다. 몇 장의 서류를 책상 위에 나란히 펼쳐놓고 아이 학원비와 관리비, 월세를 일일이 대조해가며 계산기로 숫자를 꼼꼼히 두드렸습니다. 금액이 적다고 회생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소득에서 빠져나가는 실제 생계비와 주거비 고정지출을 법원에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차분히 짚어주셨습니다.법원에서 월 변제금 7만원이 적힌 결정 통지서를 받아 들었던 날, 퇴근하고 돌아와 아이를 품에 안고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마음 편히 저녁 밥상을 마주했습니다. 매일 피를 말리던 빚 독촉 전화가 완전히 끊겼고, 이제는 아이 손을 잡고 동네 마트에 편안한 마음으로 장을 보러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